[앵커]이번 추석을 힘든 마음으로 보내는 분들 있습니다. 태풍 힌남노로 한해 수확을 망친 농민과 어민들입니다.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피해 현장에 다녀왔습니다.[기자]과수원 바닥에 종이로 포장된 배들이 떨어져 있습니다.덜 여문 열매부터 크게 자란 열매까지 가득합니다.[김만진/과수원 운영 : 우리가 주워봐야 인건비도 안 나와요. 그러니까 다 버려야 한단 이야기지.]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진 배들이 한데 모여 있습니다.제 앞에 있는 배들은 검게 멍이 들었고, 깨져 있는 모습도 볼 수가 있습니다.벌레도 많이 꼬여 있는데요.이 배는, 크기도 크고 상처가 없어서 멀쩡해 보이지만 언제 무를지 몰라서 시장엔 내놓을 수 없다고 합니다.방풍막도 세우고 철사로 고정해뒀지만 힌남노 앞에선 소용없었습니다.[김만진/과수원 운영 : 태풍에 그냥 맡기고, 보고만 한숨만 쉬고 있는 거죠.]보험에 들었어도 피해 규모가 크지 않으면, 보상을 못받기도 합니다.[김만진/과수원 운영 : 웬만한 정도의 바람이 한번 불어서는 (피해율이) 20%를 넘기기가 어려울 때가 많아요. 전부 다 보상도 못 받고 그냥 버리는 거잖아요.]이곳은 '택사'라는 약초가 심어져 있는 곳입니다.원래 물이 많이 차 있는 곳이 아닌데 태풍이 지나간 뒤로 제 정강이 높이까지 차올랐습니다.이 풀도 물에 젖고 바람을 맞아서 상해버렸습니다.땅 1800평이 같은 피해를 입었습니다.[김진수/전남 순천시 산두마을 이장 : (농작물이 아닌 약초라서) 보험 가입을 못 하고 있습니다. 아무리 재해라고 하지만 농가 입장으로선 참 막막합니다.]강한 바람에 아직 채 영글지 않은 벼도 쓰러졌습니다.[박승호/전남 순천시 계당마을 이장 : 피해 복구비, 정부 보조받으려고 농사짓는 농민은 하나도 없습니다. 그런데 이것은 재해라고 보거든요, 우리는. 저도 농사 50년을 지었습니다만 이렇게 쓰러져 보기는 처음이에요.]바다에 있는 전복 양식장입니다.이 구조물은 원래 고정돼 있어야 하는데 떨어져 나갔습니다.전복도 붙어 있어야 하지만 아무것도 없습니다.대신 죽은 전복이 말라가는 모습만 볼 수 있습니다.이 부표물은 다른 양식장 것인데 파도가 세서 밀려들어 왔습니다.[최인산/전복 양식 어민 : 전복이 이렇게 많이 붙어 있어야 해요. 개수가 여기 1800개. {한 칸에?} 네.]얼마 남지 않은 전복들도 죽고 있습니다.[최민기/전복 양식 어민 : 태풍 이후엔 이렇게 출렁거리는 너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요, 애들이. 이렇게 뒤집어진 것들은 다 죽은 거야.]양식장을 고정해두는 나무 기둥도 부러져 마을 앞까지 밀려 왔습니다.[최민기/전복 양식 어민 : 올해는 추석이란 게 없어요. 친척분들이 와도 (치우는) 일을 같이 해야 하는…]1000평 넘는 광어 양식장도 텅 비어 있습니다.강한 파도로 양식장 펌프에 문제가 생겨 4만 마리 넘는 광어가 모두 죽었습니다.막막함에 눈물부터 납니다.[황진균/광어 양식 어민 : 수확기에 들어가는 시점에 폐사가 돼버리니까… 예상도 못 하죠. 어떻게 예상하겠습니까.]보험으로 일부 보상을 받지만, 앞으로 오를 보험료가 더 걱정입니다.[황진균/광어 양식 어민 : 사고가 나서 보험 혜택을 본 사람들은 거의 두 배를 낸 것 같더라고요. (재해보험이) 참 좋은 거예요. 어민들한테 꼭 필요한 것이고 그런데. 정부에서 부담을 덜 하게. 혜택은 좀 더 많게.]태풍이 할퀸 논과 밭, 바다와 양식장엔 또 한 번 상처가 남았습니다.어려워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것, 어느 때보다 힘든 추석을 맞은 농어민들의 간절한 바람입니다.(VJ : 최효일 / 인턴기자 : 박도원)